리스크 - 리스크 관리의 놀라운 이야기
피터 L.번스타인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제목은 참으로 흥미롭다. '리스크', '리스크 관리의 놀라운 이야기', '신을 거역한 사람들'. 하지만 책의 제목에 걸맞는 내용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이 책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반부는 확률론 또는 통계학의 역사에 대한 것이다. 후반부는 금융시장에서의 투자와 관련된 얘기다. 시기적으로 크게 보면 1900년까지가 통계학이 형성되었다면 1901년부터는 통계학이 리스크 관리에 실제적인 지침과 통찰을 제공했다는 식의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흥미로운 사례들과 일화가 무진장 들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우스에 대한 설명을 보면 그가 얼마나 뒤틀린 심사의 속물적인 은둔자였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또한 골턴이 일생을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 덕택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인구통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무척 흥미롭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참 설명하기 난감하다. 일단 통계학이라면 손을 내저을 사람들은 이 글을 읽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화가 들어있다고 해도 이 책의 내용은 통계학에 관한 것이니까 말이다. 통계학에 흥미를 가진 이에게는 통계학을 만든 거장들의 사생활과 내면적 풍경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는 전반부를 권할만 하다.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 이 책은 과연 도움이 될까? 사실 나는 그게 뭘까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몇십페이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후반부의 금융시장 투자에 관한 얘기는 금융경제학의 지적 흐름에 대해 쓰고 있을 뿐 실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

만약 나라면 이 책을 어떻게 쓸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나라면 보험에 관한 얘기를 많이 집어넣을 것이다. 민간보험과 공적 보험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얘기라면서 보험에 관한 얘기는 전혀 없다. '전혀'라는 말이 가혹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서너개의 장을 할애해야 한다는 생각에 비추어보면 드물게 등장하는 보험 얘기 정도는 전혀 없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저자의 이력이 금융투자자이기 때문에 금융투자에 집중하였겠지만 금융투자자만이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리스크 관리로 돈을 버는 다양한 사업의 역사를 정리하고 이것이 통계학의 역사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설명해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것은 유감스럽게 서문이다. 아래의 서문의 마음으로 쓰여진 책을 읽고 싶다.

'이 책은 탁월한 통찰력으로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다루는 방법을 밝혀낸 여러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스크를 이해하는 방법과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 그리고 그 결과를 가늠하는 방법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은 리스크 감수를 현재 서구사회를 이끌어가는 기폭제 가운데 하나로 전환시켰다. 그들은 프로메테우스와 마찬가지로 신에 대항해 미래를 어둠 속에서 끌어내어 적대의 대상에서 기회의 대상으로 전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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