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기만과 우울증


우리는 늘 스스로를 남과, 우리의 행동을 남의 행동과 비교해야만 하며, 그러면서 어떻게든 그 비교의 판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우울증에 걸렸을 때에는, 그 증세의 일부로 비교의 판이 정반대로 돌아가 에런 벡의 인지삼제에서 말하는 사고가 나타난다.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야, 이 세상은 끔찍해, 내 미래는 암울해.’) 우리가 비교의 판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릴 때 쓰는 방법은, 나의 주장을 부풀리거나 남의 주장을 깎아내리거나 둘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를 토대로 하면, 여러분은 위의 두 가지 방법을 다 쓰겠거니 예상할지 모르지만, 심리학 연구에서 일관되게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리는 남을 인식할 때에는 꽤나 정확하다. 오히려 왜곡돼 있는 것은 우리의 자기 인식인데, 우리가 다름아닌 장밋빛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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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플리와 더닝은 5달러를 주고 사람들을 실험에 참가시킨 뒤, 만일 연구가 끝난 뒤 특정 자선 단체의 부탁을 받아 돈을 기부해야 한다면 그중 얼마를 나와 남이 기부할 것 같은지 물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자신은 2.44달러를 기부할 테지만, 남들은 1.83달러밖에 기부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기부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 연구를 다시 진행했을 때, 사람들이 기부한 평균 금액은 1.53달러였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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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들은 남에 대한 예측을 고치는 데에는 기본 평가 정보를 알맞게 활용했지만, 그 정보를 자신에 대한 장밋빛 평가에는 적용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남에 대해서는 그들의 행동을 가지고 판단하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나만이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우리가 “실제 어떤 모습”인지는 우리가 잘 알기에, 우리의 이기적 행동들을 설명해 낼 방법도 손쉽게 찾아내 우리가 남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는 환상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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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닌과 로스는 이 반항적 태도의 연원이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에 있다고 본다. 소박한 실재론이란 우리는 제각기 세상을 직시하고 있다고, 즉 있는 모습 그대로 보고 있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사실들은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모든 이의 눈에도 보일 것이기 때문에, 남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만일 그들이 우리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아직 관련 사실을 접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익과 이념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배경이 자신의 관점을 형성시켰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그런 경험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통찰력을 더 깊게 만들어 준 것으로 보곤 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업인 사람은 의료계 문제에 특별한 통찰을 얻게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남의 배경은 그들이 보이는 편향과 은밀한 동기를 설명하는 데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변호사들이 불법 행위법 개혁안에 견해가 다른 것이 변호사들이 불법 행위(의료 과실)의 희생자와 함께 일을 하기(따라서 일을 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통찰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 사고에 편향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박한 실재론자들이 보기에 모든 사람이 이념과 이익 추구에 영향을 받는 것은 대낮의 일처럼 명백한 사실이다. 단, 나만은 예외다. 나는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니까.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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