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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기원 - 아기를 통해 보는 인간 본성의 진실
폴 블룸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트롤리 딜레마
흔히 도덕 철학자들은 먼저 복잡하고 부자연스러운 도덕적 딜레마를 생각해낸 다음,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직관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이론을 다듬는다. 이것은 일부 심리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과 유사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있는 반면, 철학자들은 무엇이 ‘정말로’ 옳고 그른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 도덕적 직관력은 때때로 모순적이다. 가령, X와 Y가 똑같은 시나리오를 다른 식으로 서술한 것일 뿐이더라도, 우리는 X가 도덕적으로 좋고 Y가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리학자라면 이런 모순을 인간의 마음에 대한 흥미로운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멈춘다. 하지만 철학자는 그러지 못한다. - <선악의 기원>, 폴 블룸 지음 / 최재천, 김수진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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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상황에서 결과는 모두 똑같다—스위치를 누르거나 남자를 밀면 다섯 명은 살고 한 명은 죽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두 경우가 다르다고 직관적으로 느낀다.292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옳지만 남자를 미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고난 결과론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행위의 도덕성에는 행위의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 <선악의 기원>, 폴 블룸 지음 / 최재천, 김수진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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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중 효과 원칙은 가톨릭 철학자이자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처음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원칙에서는 공익을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써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치는 것(이것은 도덕적으로 허용된다)과 공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망이나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사이에는 결정적인 도덕적 차이가 있다고 상정한다.
가령, 이중 효과 원칙에 따르면, 적군 기지를 폭격했을 때 그곳에서 일하는 몇몇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폭격을 감행하는 것은 허용될 수도 있다. 기지를 파괴해서 전쟁을 빨리 끝내고 수많은 생명을 구한다는 목표를 두고 그렇게 할 수 있다. 무고한 사람들은 스위치 사례 속 남자처럼 ‘부차적인 피해’에 해당한다. 반면, 폭격의 목적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서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이라면(이번에도 그 결과로 전쟁을 빨리 끝내서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목표다), 이중 효과 원칙 아래에서는 이것은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 <선악의 기원>, 폴 블룸 지음 / 최재천, 김수진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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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신경과학자 조슈아 그린Joshua Greene 연구팀이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뇌 영상 촬영법을 이용해서296 사람들이 전차 상황이나 이와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추론하는지를 탐구한 논문이었다. 그린의 논문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어, 심리학과 신경과학, 인류학 분야에서 전차 딜레마 연구가 물밀듯이 쏟아져나왔다 - <선악의 기원>, 폴 블룸 지음 / 최재천, 김수진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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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연구팀302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리 위의 남자를 밀쳐 떨어뜨리는 대신 스위치를 눌러 바닥의 문을 열어 그를 선로에 떨어뜨릴 수 있다면, 더욱 기꺼이 그 남자를 폭주 열차를 멈출 도구로 사용한다. 이중 효과 원칙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두 경우 모두 남자를 죽이는 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차이가 생긴다. 그린은 그 이유가 그 남자를 건드리고 그에게 손을 대서 ‘밀친다’는 생각이 그저 스위치를 누른다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람들 대부분이 이 행동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선악의 기원>, 폴 블룸 지음 / 최재천, 김수진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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