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당신은 증거에 기초한 수동모드 도덕성이 절망적이라고, 분열을 낳는 문제들에 관해 열심히 생각해봐야 사태만 더 악화될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쩌면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수동모드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수동모드 추론은 우리를 재결합시킬 수도 있다. 지구 온난화나 의료보험 개혁처럼 현실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도덕적 문제들은 대부분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해당 주제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런 문제들에 관해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상적인 세계라면 우리는 모두 전문가 못지 않은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우리의 차선책은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흉내 내는 것이다. 즉,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면 우리는 더 현명해질 수 있다.
심리학자 프랭크 케일 Frank Keil 과 그의 동료들은 케일이 "설명 깊이의 착각"이라고 부른 것을 관찰했다." 간단히 말해 사람들은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를 때도 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보통 지퍼나 수세식 변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제로 설명하라고 하면 그들의 설명은 비참할 정도다. - P444
일련의 기발한 실험에서 행동과학과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필립 페른바흐 Philip Fembach, 토드 로저스Todd Rogers, 크레이그 폭스 Craig Fox, 스티븐 슬로먼 Steven Sloman 은 이런 생각을 정치에 적용했다. 그들은 미국인들에게 단일 보험자 제도(복수의 보험회사 대신에 정부 혼자서 모든 의료보험료를 지불하는 제도-역주)나 탄소 배출권 거래제 같은 여섯 가지 논쟁적인 정책안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요청했다. 한 실험 집단의 사람들은 이 정책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나아가 자신이 이 정책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평가해야 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이 정책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 끝으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자신의 이해를 평가하는 시간을가졌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 정책들의 작동 방식을 설명해야 하는 시간을 가진 뒤에 이 정책들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이전보다 낮게 평가했으며 그들의 입장도 더 온건하게 변화했다.
반면에 이 실험의 통제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이 정책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시간 대신에 자신의 입장에 대한 근거를 대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강한 입장을 끝까지 유지했다. - P445
이 연구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이 연구 결과는 공개 토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사한다.
그것은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에게 그들이 지지하는 정책을 왜 지지하는지를 묻는 대신에 그들이 지지하는 또는 반대하는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먼저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적용된다. 만약 당신의 고집 센 삼촌이 저녁을 배불리 먹은 뒤에 국민건강보험이 역사적 진일보라거나 인류 문명의 종말이라고 주장하면, 삼촌에게 대놓고 맞서기보다 다음과 같이 반응하는 것이 삼촌의 의견을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좀 더 이동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그건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런데 삼촌, 국민건강보험은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나요?"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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