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비합리적인가?
- 비합리적 성향이 적응적이다
- 버스와 헤이즐턴의 오류관리이론




이런 종류의 지각 및 인지 왜곡은 화재경보기 원리를 따른다. 화재경보기는 되도록 지나치게 예민하게끔 설정되어야 한다. 아주 미미하고 아직은 위험하지 않은 연기에도 곧장 반응하게끔 설정되어야 한다. 소방대가 한번 헛수고를 하는 것이 (물론 한번 출동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하지는 않다) 집 전체가 불에 휩싸이고, 인명 피해가 생기는 것보다(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훨씬 높은 비용이다) 낫다. 연기 감지 장치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감지기가 연기를, 화재 위험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평가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가능한 한 자립적으로 주변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로봇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상상을 할 수 있다. 완전한 파손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연기 감지 원칙은 그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 여기서도 세계를 가능하면 현실에 충실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단순한 비용편익 - 계산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 두뇌를 설계하는 진화에게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갖는 상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알 바 아니다‘.
진화는 뇌를 굉장히 예민한 패턴 인식 기계이자 행위 감지기계로 만들었다. 그렇게 해야 생존하고 번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비합리적 결론, 확신, 행동으로 이어지는 인식적 오류를 저지른다. 그러나 오류 관리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현실을 오인하는 것은 적응적일 수 있다. - P144

지각과 생각, 행동에서의 비합리성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실수의 비용을 계산하다 보니 나타난다는 생각을 오류 관리 이론 Error Management Theory, EMT이라 부른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와 마티 헤이즐턴 Martie Haselton 이 창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지 왜곡과 그에 기반한 잘못된 확신은 결코 진화의 과실이나 인지적 충수돌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전반적으로 적합성을 높이기 때문에 적응적인 특성이다.5 비합리적 확신은 실수율을 더 높일지 모르겠지만, 비용이 낮은 실수는 용인하고 높은 비용이 드는 실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수율을 높이더라도 적응적인 행동인 것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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