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의 진화정신의학적 설명




현대문명의 놀라운 성취가 만성질환 대부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23 옛날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에 먹지 못해도 축적된 에너지를 쓸 수있게 하면서 우리 조상들에게 도움을 주었기에 자연선택받았던 유전자 변이가 오늘날에는 비만과 당뇨 같은 문명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24

조현병이나 망상 경향도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작은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고, 빠듯한 자원을 두고 적과 경쟁해야 했던 선조들에게는 불신과 편집증적 경향이 생존에 유익을 주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더욱 조심하고 위험을 더 빨리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초자연적 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사회집단에서 명망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조현병의 특징으로 보는 정신병 증상은 원시사회에서는 저세상의 영이나 귀신과 접촉하는 것으로 해석됐을 것이고, 그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종종 사회적으로 특별한 샤먼이라는 지위를 부여했을 것이다.25

정신분열증을 경험하도록 하는유전자 변이는 원시인류가 수천 세대에 걸쳐 발달하는 과정에서 -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말을 빌리자면 - 유전적 향상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는 그것이 유전적 질환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 P117

조현병의 진화적 패러독스 관점에서 그런 정신증이 규칙적 또는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원시사회 공동체에서 크게 유익했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정신증이 심하지 않거나 가벼운 환각 혹은 망상 증세가 샤먼 같은 특별한 사회적 역할을 할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건 상상이 간다.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 역시 이것 아니면 저것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 차이의 문제로,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종의 생존과 재생산에 유익해 적응적이었을 수도 있다. - P121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을 지닌 사람이 특히 창조적일 수 있으며, 이것이 선택의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창의성은 정의하기 어려운 특성이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창조적이라고 일컫는다. 대부분의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주류에서 벗어나고, 잘 닦아놓은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창조성의 전제다. 남들과 다르게 특별한 것은 한편으로 파트너를 구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32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특이한 생각을 하는 경향은 생각과 경험에서 우왕좌왕 길을 잃고 헤매고,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정신증을 앓을 위험을 동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창의성이 조현병의 진화적 모순을 푸는 하나의 열쇠가될 수 있을까? 이런 근사한 명제를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재생산의 불이익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을 살펴야 한다. 따라서 중증 조현병을 앓다 보니 재생산율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조현병은 없지만 정신증적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별로 심하지 않은 수준의 조현병 증상에 대한 질문지를 통해 이런 사람들을 판별할 수 있다. 33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를 통해 가볍게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따라서 특별한 지각 경험, 심하지 않은 망상적 사고ㅡ 실제로 굉장히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신뢰성 있게 입증할 수 있었다.34 그러므로 천재와 광기는 통한다는 옛말이 일리가 있다고 하겠다.
- P122


가벼운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창의적일 뿐 아니라 재생산율도 더 높은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재생산율도 높아야 해당 유전자 변이에 대해 긍정적 선택이 일어난 것을 설명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영국의 행동생물학자 대니얼 네틀 Daniel Nettle은 이런 주제에 천착했다. 그는 몇 년 전 동료 헬렌 클레그 Helen Clegg와 함께 성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정신증 경향, 창조성, 재생산 성공 간의 연관을 연구했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작가, 예술가, 영화제작자를 비롯해 창조적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35 

설문 조사 결과, 신비한 생각이나 눈에 띄는 지각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한다고 보고하는 사람중 창조적 직업군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드러났듯 여기서도 정신증 경향과 창조성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정적 발견은, 특이한 경험을 한다는 응답과 삶에서 한 사람이 맺는 파트너 관계의 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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