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서 위계질서 존중의 욕구는 그 뿌리가 무척이나 깊은 것으로, 상당수 언어가 문법을 통해 위계질서 존중을 직접 규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로망어(romance language : 포르투갈어 ·에스파냐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 등 라틴어에서 유래하는 언어를 총칭하는 말—옮긴이)가 대체로 그렇듯이, 프랑스어에서는 상대방에 따라 존대법과 하대법을 따로 구별해 써야 한다. 일례로 2인칭 대명사의 경우, 존대에는 ‘vous’를 하대에는 ‘tu’를 쓴다. 심지어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 어말어미가 바뀌지 않는 영어에서조차 또 다른 방식으로 지위를 구별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처음 만난 사람이나 윗사람에게는 성에 직위를 덧붙여 불렀고(‘Mrs. Smith’나 ‘Dr. Jones’처럼), 친한 사람이나 아랫사람은 이름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은 그런 기억이 있을지 모른다. 어떤 영업 사원이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나를 이름으로만 불러서 순간 불쾌감이 들었다거나, 오랫동안 존경해오던 어른이 갑자기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라고 해서 선뜻 내키지 않았던 기억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여러분 안에서도 권위/전복 기반의 도덕 모듈이 이미 한 번은 작동했다는 뜻이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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