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버그와 튜리엘
콜버그는 도덕적 딜레마에 해당하는 몇 가지 사례를 만들어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아이들이 대답을 내놓으면 그 내용을 기록하여 부류별로 나누어 정리했다. ••••••• 이 딜레마들에서 아이가 긍정과 부정 중 어느 쪽의 답을 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이 딜레마에 답을 하면서 어떤 ‘이유’로 설명하려고 하느냐가 중요했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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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버그가 내놓은 연구 결과 중에도 영향력이 가장 컸던 것은, 도덕적으로 가장 발달한 아이(콜버그의 채점 기법으로 따졌을 때)는 역할 바꾸기를 평상시에 자주 접하는 아이라는 사실이었다. 역할 바꾸기란 자기 자신을 상대방의 입장에 놓아보고 어떤 문제를 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평등한 관계(또래 사이)에서는 이것이 쉽지만, 수직적 관계(선생님이나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이것이 여의치 않다. 태어나서 한 번도 선생님이 되어본 적이 없으니 아이로서는 선생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를 비롯한 권위적 존재가 도덕 발달에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이 피아제와 콜버그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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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버그의 타이밍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가 도덕심리학을 정의의 찬가로 만들며 베이비붐 세대 정서에 친숙하게 탈바꿈시킨 바로 그 무렵, 대학원에도 마침 베이비붐 세대의 첫 물결이 밀려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콜버그의 연장이 있었으니, 그것만 가지면 아이들이 정의라는 진보적 이상을 향해 발달해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측정까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후 25년간(1970~1990년대 전반에 걸쳐) 도덕심리학자들이 한 일이란 대개 어린이를 대상으로 도덕적 딜레마를 인터뷰하고, 그들이 내놓는 정당화 근거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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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리엘이) 창안해낸 혁신적 방법이란,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이 규칙을 어긴 이야기를 짤막하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또 심층 질문에 들어가서도 아이가 “네”, “아니요”로만 간단히 답하게 했다.
옷차림이나 먹을 것을 비롯해 생활의 각종 양식과 관련한 규칙은 일종의 사회적 규약(즉, 그것들은 임의적이고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임을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질문해보자. •••••설령 선생님이 괜찮다고 했거나 그네에서 아이를 밀면 안 된다는 규칙이 학교에 없더라도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거의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남에게 해가 가지 않게 하는 규칙이 곧 도덕적 규칙임을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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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나 콜버그의 애초 가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모든 규칙을 다 똑같이 다루지는 않는다. 도덕철학자처럼 유창한 말솜씨는 없을지언정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정보를 복잡다단한 방식으로 분류하느라 그들 역시 나름대로 바쁜 것이다. 남에게 해가 가지 않게 하는 규칙이 특별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또 어디에나 적용되는 불변의 규칙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일찌감치 깨닫는 것으로 보인다. 튜리얼은 이러한 깨달음이야말로 모든 도덕적 발전이 이루어지는 기본 토대였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잘못이다”라는 절대적인 도덕적 진리를 주춧돌로 삼고 그 위에 도덕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하나하나 건설해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마다 규칙의 세부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튜리얼이 연구한 문화에서는 어느 곳이나 아이들은 도덕적 규칙과 규약적 규칙을 구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14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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