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의 역설
- 전근대사회

우리는 이렇게 해서 모욕의 역설을 이해하게 된다. 모욕은 타인의 인격을 부정할 뿐 아니라, 그러한 부정에 대해서 부정당하는 사람의 동의를 강요한다(모욕하는 자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개새끼야. ‘나는 개새끼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복창해. 이제 개처럼 엎드려서 내 발을 핥아). 하지만 모욕당하는 자가 모욕에 동의하는 순간, 모욕은 더 이상 모욕이 아니다. 그것은 의례의 일부이며, 질서의 일부이다. 결국 모욕은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 폭력이다.

모욕의 역설은 전근대적인 신분 질서가 배제와 낙인, 그리고 조건부의 통합에 의해 유지되었음을 암시한다. 모욕이 의례적 질서의 일부를 이루고 있을 때, 즉 의례 코드 자체가 비대칭성을 띨 때(한쪽은 다른 쪽을 모욕할 수 있지만, 그 역은 불가능한 경우) 이는 그 사회에 신분 차별이 존재한다는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때 차별당하는 집단은 이러한 차별을 받아들인다는 조건하에 사회 안에 머무를 자격을 얻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의 성원권은 조건부로 주어지며, 이는 의례적 불평등성 속에서 일상적으로 확인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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