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폴리틱스 -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프란스 드 발 지음, 장대익.황상익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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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란의 선전 대 은폐

13 침팬지 암컷의 성기 부풀어오름(sexual swelling)과 인간 여성의 은폐된 배란(concealed ovulation) 

암컷의 성기 주위가 빨갛게 부풀어오르는 현상은 침팬지뿐만아니라 다른 영장류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배란기에 가장 크고 선명하게 부풀어오르며 암컷의 성호르몬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침팬지 암컷은 왜 이런 식으로 수컷에게 배란기를 선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암컷이 이런 신호를 보냄으로써 수컷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그런 경쟁으로 말미암아 좋은 유전자를 전해줄 수컷이 자연스럽게 걸러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이런 현상이 수컷들이 저지르는 영아 살해를 줄여주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가령, 모든 수컷들이 한 암컷의 부푼 성기를 보고 그 기간에 어떻게든 교미를 했다고 치자. 나중에 그 암컷에게서 새끼가 태어나면 그놈이 어떤 수컷의 자식인지가 불분명해진다. 따라서 수컷들은 함부로 그 새끼를 살해하지못할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유독 인간 여성만이 영장류 동물 중에 배란기를 선전하지 않는다. 이를 흔히 ‘은폐된 배란‘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학자들은 이런 현상과 인간의 짝결속의 기원을 연관지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이 배란을 은폐하는 쪽으로진화했을까? 가장 유력한 설명에 따르면 배란 은폐는 부권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었기 때문에 진화했다. 예컨대, 배란 은폐는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남성을지속적으로 자신 곁에 묶어둠으로써 그 남성이 다른 여성을 찾아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경쟁 남성들에게도 배란 시기를 가르쳐주지 않음으로써 그 남성이 자신의 부권을 확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영장류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상태의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인간에게는 짝 결속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여성의 배란 은폐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여겨진다. 영장류의 성을 종합적으로 비교 · 정리해놓은 책으로는《Primate Sexuality: Comparative Studies of the Prosimians, Monkeys, Apes,
and Humans (Dixson, A, F., 1999)>가 있다. 역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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