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와 인공눈이 전달하는 전자신호를 어떻게 뇌는 처리하는가?
인공와우 수술이 그것이었다. 이 자그마한 장치는 망가진 내이를 우회해서 바로 그 너머의 정상적인 신경(데이터케이블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과 직접 소통한다. 인공와우는 내이에 직접 이식된 미니컴퓨터로, 바깥의 소리를 수신한 뒤 자그마한 전극을 통해 그 정보를 청각신경에 전달한다.
이렇게 망가진 내이를 우회할 수 있게 되었다 해도, 공짜로 청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은 청각 시스템으로 전달되는 전기신호를 외국어처럼 해석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수술 한 달 뒤 그 장치를 켰을 때 가장 먼저 들은 문장은 “즈즈즈즈즈 스즈즈 스즈비즈즈즈 어 브르프즈즈즈즈?”처럼 들렸다. 내 뇌는 이 낯선 신호를 해석하는 법을 차츰 터득해나갔다. 오래지 않아 “즈즈즈즈즈 스즈즈 스즈비즈즈즈 어 브르프즈즈즈즈?”는 “아침 식사로 뭘 먹었니?”라는 문장이 되었다. 몇 달 동안 연습한 끝에 나는 다시 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고, 심지어 시끄러운 술집과 카페테리아에서 대화도 할 수 있었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545c9729da0431e
과학계는 수십 년 전부터 귀와 눈에 인공 장치를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그런 기술이 실제로 작동할 것이라고 낙관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내이와 망막은 입력된 정보를 처리할 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한다. 그러니 감각기관의 생체언어 대신 실리콘밸리의 언어를 쓰는 작은 전자칩을 뇌가 이해할 수 있을까? 칩이 발사하는 작은 전기신호 패턴이 신경망에 도달하면 그냥 횡설수설이 되는 게 아닐까? 이런 장치는 외국에 가면서 자기가 계속 소리쳐 말하기만 하면 모두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괴상한 여행자 꼴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촌스러운 전략이 뇌에는 효과가 있었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545c9729da0431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