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으로 ˝보기˝
1960년대에 위스콘신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폴 바흐이리타는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을 부여하는 방법을 곱씹어 생각하기 시작했다.25 그의 아버지가 얼마 전 뇌중풍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했는데, 폴은 뇌의 역동적인 재구성 가능성에 매혹되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의문 하나가 점점 자라났다. 뇌가 한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바흐이리타는 시각장애인에게 촉감을 ‘보여주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26 그가 생각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이마에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하고, 거기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변환해 등에 부착된 작은 진동기로 전달한다. 이 장치를 부착하고, 눈을 가린 채 방 안을 걸어다니는 상상을 해보자. 처음에는 기묘한 패턴의 진동이 등에 느껴질 것이다. 움직임에 따라 진동 또한 변하겠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커피 탁자에 정강이를 찧은 뒤에는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건 정말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데.”
정말 그럴까? 시각장애인이 이 시각-촉감 대체안경을 쓰고 일주일 동안 돌아다니다 보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상당히 잘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등으로 전달되는 촉감을 해석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부분은 이것이 아니다. 그들이 정말로 촉감을 받아들여 그것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놀랍다. 충분한 연습을 거치고 나면, 촉감 정보가 점점 해석이 필요한 인지 퍼즐이라기보다 직접적인 감각으로 변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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