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선택하는가? 의식은 얼마나 선택에 개입하는가?
남자들에게 여자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얼마나 매력적인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 실험이 있었다. 20×25센티미터 크기의 사진 속에서 여자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거나, 앞모습이 4분의 3쯤 보이는 각도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여자들의 눈동자를 실제보다 더 확대한 사진이 절반 섞여 있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눈동자가 커진 여자들에게 일관되게 더 큰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쪽 사진보다 이쪽 사진의 눈동자가 2밀리미터 더 크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도 콕 집어낼 수 없는 이유로 특정한 여자에게 더 마음이 끌렸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대체로 접근이 불가능한 뇌의 작용 중에, 여성의 팽창된 눈동자가 성적인 흥분 및 준비 상태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뭔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뇌는 이 사실을 아는데, 실험에 참가한 남자들은 몰랐다. 적어도 명백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들은 또한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이라는 개념과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수천만 년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며 조형된 프로그램과 단단히 연결되어 조종당하고 있음을 몰랐을 것이다. 가장 매력적인 여성을 고를 때 그들은 선택의 주체가 사실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수십만 세대를 거치며 뇌의 회로에 깊이 각인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선택의 주체였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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