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반핵 구호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공통 배경
북한은 1950년 이래 미국의 핵 공격 위협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1980년대까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남한보다 우월하다는 평가가 미국과 남한에서 지배적이었고, 남한의 열세를 메우기 위해 미국 핵무기의 존재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남한에는 1957년 이래 다량의 미국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었던 반면 북한에는 소련 핵무기가 배치된 적이 없었다.
한반도 내에서 핵무기의 불균형 상태가 수십 년간 계속되었지만, 소련 붕괴 때까지는 미·소 간의 핵균형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소련이 무너지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소련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한 중국 핵 능력으론 미국과의 핵균형이 불가능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재래식 군사력에 있어서 남한의 열세 주장도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핵무기의 남한 배치는 누가 봐도 평화에 대한 위협이었다. 그래서 1991년 하반기에 남한 배치 핵무기 철수에 이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나오게 된 것이다 - <냉전 이후>, 김기협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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