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컬러와 그레이험 벨 그리고 설리반
켈러 대위는 딸에게 개인교습이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벨을 찾아갔겠지만 벨은 한눈에 헬렌의 잠재력을 알아본 듯하다. 아서 켈러에게 교습이 아니라 퍼킨스 시각장애인학교의 마이클 아나그노스에게 편지를 보내 딸을 전담할 교사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아서는 로라 브리지먼에 관한 글을 읽어 이미 퍼킨스학교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던 케이트의 동의를 얻어 아나그노스에게 첫 번째 편지를 보냈다.
벨은 헬렌이 태어나기 4년 전인 1876년에 전화기를 발명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벨이 머지않아 사방에 퍼진 이 기술을 발명한 동기가 보편적인 통신수단 개발이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삶을 향상하겠다는 평생의 사명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과학자는 아내와 어머니가 모두 청각장애인이라 수십 년 동안 보청기를 개발하는 실험에 매달렸다. 부족한 연구 자금을 충당하려고 자신의 아버지가 개발한 원리에 따라 교육하는, 청각장애를 지닌 어린이를 위한 교습소를 운영했다. - P61
대부분은 헬렌의 사연을 기적으로 여기고 넘어가려 했다. 오직 한 사람만이 헬렌을 가르친 방식에 더 관심을 보였다.
청각장애 교육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청각장애인 공동체에 상당한 발언력을 갖고 있었다. 1892년 《침묵의 교육자 (The Silent Educator)》에 애니의 교수법이 소개되자 벨은 청각장애를 지닌 어린이의 교육에 "상당한 중요성을 띤다고 믿는 한 가지 요소를 강조하는 답변서를 썼다.
"애니는 헬렌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어린이와 다름없이 대하기로원칙을 정하고, 처음에는 아이가 못 알아듣는 말이 훨씬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헬렌이 들을 수 있었다면 직접 말했을 단어와 문장을 그대로 손에 써 주면서 대화했다. 말을 고르거나 가리지 않고 일상적인 관용구가 포함된 문장 전체를 자주 반복 사용함으로써 아이의 기억에 언어를 각인시켜 점차 모방하도록 이끌고자했다. 설리번 선생이 헬렌을 가르치면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위대한 원칙은 일단 꺼내 놓고 보면 당연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듣고 말할 수 있는 평범한 어린이의 언어습득과 관련해 우리가 익히 아는 원칙과도 다르지 않다. 바로 언어는 모방으로 습득한다는 원칙이다. 청각장애를 지닌 어린이가 이해하기에 앞서 언이를 먼저 제시해야 하며, 모방할 것이 생기기 전에 어린이가 그 모델에 익숙해져야 한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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