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를 해체한 공산주의자, 고르바초프

고르바초프라는 이름은 자신의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획기적 변화를 연상시키게 될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공산주의를 해체한 공산주의자이자, 자신이 추진한 개혁에 추월당한 개혁자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다민족 제국을 해체되게 한 황제였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을 정보화시대로 이끌려고 했지만 소련의 몰락을 주재할 운명에 처했다. 혁명을 시작했지만 결국 자신이 착수한 혁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고르바초프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지 않았어도 벌어지도록 ‘허용’한 일이었다. 로널드 레이건이 소통의 달인이었다면 고르바초프는 촉진의 달인이었다. 힘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기 시작한 초기 볼셰비키와는 대조적으로, 고르바초프는 역사가 자연스러운 경로로 되돌아가는 것을 허용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헤엄을 쳤다. 혁명이 어디로 향하는지 명확해진 뒤에도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에서 뒷걸음치지 않았다.

1991: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