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로 개종한 공산주의자, 밀로셰비치
유고슬라비아 공산당의 핵심 인물은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였다. 관료적 음모에 능한 밀로셰비치는 1980년 티토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움직였다. 그는 동유럽에서 민족주의의 힘을 이해한 첫 번째 공산주의 지도자였다. 긴 세월 억압된 민족적 불만의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유고슬라비아의 6개 공화국 중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세르비아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지도자가 되었다. 밀로셰비치의 행동은 거장의 공연과도 같았다. 무신경하고 색깔 없는 공산당 당직자였던 밀로셰비치는 불과 몇 달 만에 세르비아 민족의 아버지로 변신했다. 공산주의 구체제가 붕괴하면서 종말을 맞기는커녕 거의 반세기의 균열 뒤에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밀로셰비치는 이런 사실을 깨닫고 역사의 재탄생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할 줄 아는 감각이 있었다.
1991: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