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권과 먹튀, 타라소프

큰돈을 버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공산품이나 원자재를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한 정부 가격으로 사서 훨씬 비싼 시장가격으로 파는 것이었다. 소련의 첫 백만장자인 아르툠 타라소프가 개척한 이 방법은 나중에 소련에서 성공한 사업가 다수가 따라 했다. 모스크바 시의회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타라소프는 소련의 폐품으로 미국 달러를 버는 법을 알아냈다. 나라 곳곳에서 고철을 샅샅이 찾아내어 헐값에 사서 서방국가에 판 다음 그 돈으로 컴퓨터를 구입해 러시아에 팔았다. 이 사업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며 규모가 금방 커졌다.

타라소프는 1990년 말 수익성이 훨씬 더 좋은 석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새로 출범한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여 자기 회사인 이스토크Istok가 원유 수백만 배럴의 수출허가권을 얻게 했다. 타라소프는 85센트에 해당하는 루블화로 원유 1배럴을 사서 해외에 20달러에 팔았고 이런 거래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타라소프가 러시아 당국과 서명한 계약에 따라 이스토크는 프랑스 은행 계좌에 자금을 보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전제 조건도 있었다. 석유 판매로 얻은 외화는 “수확 ’90”이라는 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러시아 농민들에게 이미 약속한 소비재 물품을 사는 데 사용해야 했다.43

1991년 4월 초 타라소프를 비롯해 타라소프와 함께 일하던 사업가들이 러시아를 떠났다는 뉴스가 나왔다. “수확 ’90”에 배정한 돈도 프랑스 은행에서 사라졌다. 러시아 농민들은 또다시 손해를 봤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농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한 수입-수출 협정에서 농민들이 얻은 유일한 혜택은 하자가 있는 고무 부츠 수천 켤레뿐이었다. 검찰은 타라소프를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공소시효 때문에 정식 기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1: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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