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한국 문화가 가부장적이라고 하지만 러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다. ‘미투’ 확산에 대한 반응이 그 증거다. 권력을 가진 남성이 여성 비서나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제안을 하거나 성적으로 착취하는 일은 법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남녀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 이렇게 수용한다. 오히려 이런 사건이 공개되면 여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비서로 취직했을 때 뭘 기대했나? 비서가 그런 거지 뭐.”, “어린아이도 아니고 남자 상사가 그럴 몰랐나?”, “이런 게 싫었으면 남자가 없는 직장에 들어가든가.”, “거부를 제대로 안 했으니까 그렇지.” 이게 러시아 사회의 분위기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 때도 반응이 똑같았다. “클린턴, 그래도 남자구만.” 이 정도였다. 이런 일로 대통령을 탄핵한다면서 미국을 비웃었다.

여성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에서는 성 상품화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남자가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다는 인식이 별로 없다. 스캔들이 터지면 둘이 눈이 맞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니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은 러시아에서 보면 그냥 해프닝 정도에 불과하다.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짓거리하고 있네.” 이런 평가를 내린다. 그들을 조롱하면서 ‘쟤네들보다는 우리가 더 좋은 나라’라고 정신 승리를 한다.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