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생산성, 혁신의 전통, 직영과 하청 간의 파트너십은 해양플랜트 공정이 정점에 달한 2010년대에 와르르 무너졌다.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던 설 비와 건물들은 수많은 노동자들로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 P203

 예전처럼 직영 정규직 노동자들이하청 노동자들보다 많거나 비슷하게 편성되어 있었다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수도 있었겠으나 더 이상 그건 불가능했다.
해양플랜트 공정 자체가 90%의 사내하청 노동자 편성률을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처음부터 일을 배우며 공정을 진행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 P203

이렇게 공정이 꼬이게 되면 중간에서 치이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바로 직영 생산관리자들이 그렇다. 생산관리자들은 반장들이나 하청업체 소장들을 통해 매일 작업상황을 취합하고 그것들을 정리해 자신이 맡은 구역의 생산실적을 저녁에 보고한다. 이른바 ‘일일 생산 회의‘의 백데이터를 정리하는 셈이다. 작업이 6시 정도에 끝나기 때문에 보통6시 이후부터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직영들은실적 자료를 빨리 전달해주는 편이지만, 하청업체들은 실적올 잘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생산관리자(주로 사원, 대리급)들이 전화를 걸어 실적을 확인한다. 전날 계획보다실적이 안 나올 경우 추궁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 소장들은 당일 주간에 진행한 작업보다 부풀려 실적을 계상하곤한다. 생산관리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잘 간파하고 있는 터라,
소장과 몇 차례 질문과 응답을 거쳐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에 입각해 자료를 만들어낸다. 실적을 부풀려 말하는 하청업체 소장이나,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을 만들어내는 생산관리자들이나 서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소장이 잘하던 기량자가 일이 고되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전하면 생산관리자는 거기에 마음을 쓰면서도 결국 실적을 재촉하게 되어 전화 통화는 험상궂은 분위기로 종결되기 일쑤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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