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자동화


보편기본소득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이 주는 심리적 이득과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현재의 테크놀로지 방향 때문에 처한 문제에 대해 잘못된 지침을 주는 내러티브와 관련이 있다. 보편기본소득이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 잘못된, 그리고 생산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해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기본소득은 우리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거리가 없고 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소수의 사람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세계로 피할 수 없는 추세에 따라 나아가고 있다고 암시한다. 따라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대대적인 재분배뿐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때로 이 논리는 대중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보편기본소득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강조했듯이 이것은 잘못된 관점이다. 불평등과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누가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와 테크놀로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못 내려진 선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다. 그런데 보편기본소득은 패배주의적으로 이 문제를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사실 보편기본소득은 기업계와 테크 지배층의 비전과 전적으로 부합한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돈으로 너그럽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머지 사람들을 순치시키고 지위의 차이를 증폭한다. 즉,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강화되고 있는 이중 구조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이중 구조의 인위적인 분절을 재확인한다. - 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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