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보면 세 사람 모두 바보였습니다. 실상은 전쟁이 발발하고며칠 만에 미군이 바로 파견됩니다. 그들은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읽었던것입니다. 근데 여기에 역사의 역설이 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만 보면그들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판단했을 것입니다. 역사의 역설은당시가 미국이 굉장히 수세에 몰리는 순간이었다는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949년 미국은 중국이라는 시장을 잃은데다 소련의 핵개발로 소련에 대한 군사적 우위도 잃어버렸습니다. 위기에 몰린 미국은 새로운 대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1949년말부터 1950년 사이에 미국은 대외정책을 바꾸었습니다.
1949년 6월의 주한미군 철수만 보면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판단이 맞습니다. - P124
미국 쪽의 힘이나 원조 재원 자체가 모자랐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한 발 물러서서 일본이나 서유럽에 집중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진영이 1949년을 기점으로 세력이 커지니까 미국 쪽에선 더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공세적으로 나가자‘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국가안보회의 문서 68번‘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문서는 미국의 대외관계변화를 보여주는 아주 상징적인 문서입니다. 그 문서에 담긴 가장 중요한 전략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미국은 밀리면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정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이 문서를 공식적으로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승인을 했죠.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