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린트 - 이기적 인간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가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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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처벌자의 기능과 존재 조건

- Boyd and Richerson 2003

그렇지만 이타적 처벌 역시 협력과 동일한 진화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자연선택은 왜 이 모든 자발적인 보안관들(자기 이익에 해를 끼치는듯한 방식으로 개인 비용을 지불하는 이들)을 솎아내지 않는 것일까?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보이드Robert Boyd 와 피터 리처슨Peter Richerson 은 처벌자들이 처벌 비용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에 처벌 행동이 진화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보여주었다." 사기꾼을 처벌할 때 비용을 돌아가면서 지불한다면 처벌자 1명이 치르는 비용은 훨씬 적을 것이고, 집단내 협력 증가라는 혜택은 이 낮은 비용을 상쇄하고 남을 수 있다. - P454

그런데 애초에 처벌자는 어디에서 왔을까? 처벌이 어떻게 출현할수 있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원래의 분석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그저 협력할지 배신할지 (친절할지 비열할지) 선택하게 하는 대신에, 상호작용을 할지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 많은 깨달음을 안겨줄 수 있다.

 보이드와 리처슨의 모형에 이른바 "외톨이 전략loner strategy"을 추가하자 이타적 유형들의 진화 순환이 생겨났다. 무임승차자(배신자)는 협력자가 많을 때 정말로 잘나간다. 이용해 먹을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화가 일어날 때 무임승차자수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윽고 무임승차자가 너무 많아지고 협력자는 다 사라지게 된다. 이제 등칠 호구가 아무도 없기에 무임승차자는 대체로 외톨이보다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그래서 외톨이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외톨이가 무임승차자를 대부분 대체해감에 따라 협력자가 생존하기가 점점 더 쉬워진다. 그래서 협력이 다시 늘어난다. 그런 뒤 이 순환이 되풀이된다. - P454

 각 유형(협력자, 배신자, 외톨이)은 오직 자신의 천적을 물리쳐주는 또 다른 유형과 공진화하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다. 각 유형은 존속하려면 다른 유형이 필요하다. 가위바위보와 비슷하다. 바위는 보에 진다. 보는 가위에 진다. 가위는 바위에 진다. 이 3자 간 순환은 어떤 유형이든 집단에서 완전히 사라지거나 집단을 지배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는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함축되어 있다. 바로 이 과정이 다양성 유지 능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전멸 직전에 회복될 수 있게해주는 공진화 환경이 있기에 어떤 유형이든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은 적용하지 못하는 유행이 내일은 적응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제 여기에 네 번째 유형을 추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아보자. 협력자, 배신자, 외톨이에다 처벌자를 추가하자. (위에 설명했듯이) 집단에 외톨이가 존재하면 배신자가 극도로 적어지는 시기가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톨이와 배신자 모두보다 처벌자가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수준까지 처벌 비용이 낮아지고, 그러면 이 순환이 되풀이되기 전까지 처벌자는 번성한 기회를 얻는다.

요컨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사회적 상호작용을 아예 안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면 처벌 행동이 번성할 가능성 생기며, 그러면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이들이 다시 출현할 무대가 마련된다! 다시 말해 외톨이로 사는 것이 가능할 때 오히려 집단의 결속 능력이 더 강화된다.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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