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계와 동물계

분자분류학자들은 단지 기이한 도롱뇽이나 눈에 띄지도 않았던 오래된 박테리아의 분류학만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 사이 관계의 가지 전체를 완전히 제멋대로 재배열하기 시작했다. 전체 자연의 질서를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최악은 1993년에 찾아왔다. 우즈의 제자인 미첼 소긴Mitchell Sogin과 연구팀이 우즈가 그랬듯 이번에도 RNA를 비교하여, 균계fungi가 사실은 식물보다 동물과 더 긴밀한 관계임을 발견한 것이다.13 바꿔 말하면, 생명의 긴 역사에서 일어난 최초의 분리는 식물들의 조상과 균류 및 동물의 공통 조상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동물의 조상과 균류의 조상이 두 계통으로 갈라져 하나는 동물이 되고 다른 하나는 균계가 되었으니, 피자 위 버섯은 옆에 있는 토마토보다 우리와 더 가까운 관계인 셈이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5349

이 유난히 괴상한 발견은 사람에게 생기는 진균병fungal disease이 왜 치료하기가 너무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예컨대 이미 AIDS에 걸린 사람들의 대표적 사망 원인 중 하나도 진균감염이다. 그 치료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균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치료법은 모두 환자까지 거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진화적 이유는 우리가, 그러니까 동물계와 균계가 너무 가까운 관계라서 세포들이 서로 유사한 방식으로 구축되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균류의 생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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