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는 불인하다

묵가뿐 아니라 법가, 순자, 도가도 내 안에 긍정적인 가능성으로 침잠해서 선하게 살라고 명령을 내리는 하늘, 그런 식의 하늘은 모두 부정합니다. 그들은 자연을 볼 때 어떤 신성, 종교성과 윤리성 같은 것들은 모두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으로 자연을 관찰하려고 하죠. 자연에서 객관적인 법칙과 원리를 관찰하고, 그것을 토대로 현실을 규율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방법을 강구하려 하죠. 도가가 자연을 찬미한다 해도 자연을 종교적 대상이나 윤리적인 존재로 보진 않습니다. 《도덕경》에서는 대놓고 ‘하늘과 땅〔天地〕은 불인不仁하다’고 하죠. 다만 천지가 항상 보여주는 어떤 균형의 미학, 그것을 보고 배워 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나 도덕과는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자 - <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NcNaskCQqsWt5KRm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