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와 헬레니즘의 과대평가

헬레니즘 담론에는 수준 높은 그리스 문화를 미개하고 야만적인 오리엔트에 이식했다는 시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것이 문제다. 당시 페르시아는 3,000년 동안 축적된 오리엔트의 단단하고 깊은 문화 위에 자리 잡아 과학·제도·거버넌스·예술·영성 등 어느 하나 그리스를 능가하지 못할 분야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리스 북쪽 변방의 작은 나라 마케도니아의 젊은 왕이 1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광대한 제국을 발 아래 두었다고 해서 이를 두고 헬레니즘의 승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양보해도 지나쳐 보인다. 그 젊은 왕이 위대한 그리스 문화를 이식하여 오리엔트를 변화시켰다는 주장은 지극히 유럽 중심적인 오만함에서 비롯된 과장일 뿐이다. 오히려 인류 고대사에서 그토록 짧은 시간에 찬란한 문명의 금자탑들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초토화한 사례는 달리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인류 본사>, 이희수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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