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당위

물론 생존과 번식이라는 궁극적 욕구가 인정 욕구로 성장하며, 이것이 도덕성과 이타성이라는 숭고한 인간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정 욕구는 곧 이기적 욕구라는 단순한 공식을 적용할 경우, 위와 같은 논리는 도덕적 행동이나 이타적 행동 뒤에 숨은 이기심에 대한 의심과 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자신의 안위를 내던지며 불의에 항거했던 역사 속 영웅들, 혹은 전혀 관계없는 타인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 헌신적인 삶을 산 이타주의자들을 폄하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이타주의자가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P126

이타적 욕구가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깨달으면 이러한 욕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마치 인간의 생리 작용과 대사작용을 이해하면 식욕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과도 같다. 인간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인정 욕구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나타난 건강한 도덕적 행동과 이타적 행동은 그 이면의 동기를 이해한다고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피하기 쉬워지지 않는가. 이처럼 인정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도덕성과 이타성으로 포장된 인정 욕구가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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