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과 도덕
생물학이 설명에 기여하는 것은 내집단 도덕까지다.

도덕은 집단생활의 이익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며 권력엘리트의 착취를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나는 다윈까지 거슬러가는 생물학의 전통적인 관점을 따른다. 즉 도덕성을 내집단in-group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 관점을 크리스토퍼 보엄은 이렇게 요약한다.
우리의 도덕규범은 집단 내에서만 완전하게 적용된다. 이 집단이 언어집단인지, 같은 땅덩어리를 공유하는 비언어적 집단인지, 동일한 민속적 정체성을 지녔는지, 같은 국민인지는 상관없다. 다시 말해 완전한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는 문화적 이방인에 대해서는 특수하고 경멸적인 도덕적 ‘할인‘이 있는 듯하다. 15 - P338
하지만 도덕성이 다수의 인류를 고려하지 않고 내집단의 목적을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해도 지금도 그 목적대로여야 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우리는 편협한 도덕성을 넘어서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더 넓은 세계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그 세계는 이방인, 심지어 적까지 포함한다.
또한 이책에서 설명한 자연화된 윤리학을 결코 탈출할 수 없는 감옥으로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이 학문은 현재 우리가 다다른 곳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설명할 뿐이다. 인간은 낡은 토대 위에 새로운 구조물을 지어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P339
미국의 신경외과의인 벤저민 카슨은 말한다. "만약 당신이 진화론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궁극적으로윤리를 부정하는 게 된다. 당신은 도덕규범을 준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양심은 그저 욕망의 표현일 뿐이다." 이러한 주장은 옳지 않다. 인간은 세계 어디에서건 옳고 그룹의 감각을 진화시켜왔는데, 카슨의말대로라면 도덕적인 사회에 사는 것이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카슨은 도덕성이 우리의 본성과 대립되며 우리의 욕구는 모두 나쁘다고 상정한다. 나는 이 책에서 정반대의 주장을펼쳤다.
우리는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무리 동물이며, 그로 인해사회적 연대에 가치를 둔다. 이런 배경이 없다면 종교가 아무리 지치도록 미덕과 악덕을 설교해도 우리는 전혀 그 핵심을 받아들이지 못할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본성적으로 이런 것들을 받아들인다. 진화하면서 관계의 가치, 협력의 이점, 신뢰와 정직의 필요성 등을 본성적으로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정함에 대한 감각 역시 이런 배경에서 유래했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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