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이 조사를 해 보니, 농경을 시작한 집단의 치아에서 에나멜질 형성부전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는 오히려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습니다. 몸의 크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팔뼈나 다리뼈의 길이를 재 봤더니, 농경을 시작한 집단에서 오히려 더 작았습니다. 몸집이 왜소해진 것입니다. 역시 굶주림과 영양실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시작되고 풍요로운 식생활이 시작됐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오히려 영양은 부족해지고 건강은 형편없게 변했습니다. - P121
여기까지만 보면, 인류는 농업을 하면서 오히려 인구가 크게 줄어들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인구가 급증한 것입니다. 이것은 죽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질병이 늘었으니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했을지도 모르지요. 이유는 죽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농업이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 P124
수렵 시대에는 4~5년마다 아기를 낳았습니다. 아기가 자라 걷게 될때 쯤에 다시 아기를 낳아야 엄마가 손을 덜 들이고 아기를 키울 수 있거든요. 두 명의 아기를 동시에 안고 키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피임 기법을 모르면서도 어떻게 터울 조정을 했을까요?
자연 상태에서의 터울 조정은 이유 시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는 집중적으로 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수유를 관장하는 호르몬이 배란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이를 젖 분비 무월경(Lactational amenorrhea)이라고 합니다.). 아기에게 젖을 떼고 더 이상 젖을 만들지 않게 돼 수유 호르몬이 줄어들면, 여자는 자연스럽게 배란과 월경 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농경 생활을 하지 않는 민족지 집단의경우 보통 3~4년 동안 수유를 합니다. 그리고 이유를 한 다음 다시 아이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터울이 4~5년이 됩니다. 그런데 곡식을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이 자리 잡으면서 이유식이 탄생했고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아기는 엄마 첫 대신에 죽과 미음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아기는 보다 빨리 엄마 품에서 떨어질 수 있었고 엄마는 곧 동생을 낳을 준비를 했습니다. 이제 엄마는 2년 터울로 아이를 낳아도 충분히 키울 수 있게 됐습니다. - P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