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유대인 격리지 확대로 유대인 차별이 절정에 오르던18세기 말 서구에서는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 프랑스를 필두로 ‘모든 인민이 법 앞에서 평등할 것"이라는 이념에 따라 유대인 해방 물결이 번졌다.
서구에서 유대인 해방령은 유대인에게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첫째는 말 그대로 유대인 해방을 통한 법적·제도적인 차별과 금기의 폐지였다. 유대인을 국민국가 내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함으로써, 법적으로는 기존의 차별과 금기를 폐지했다. 둘째, 차별과 금기를 폐지하는 대신에 그동안 유대인에게 부과하지 않던 의무가 생겼다. 유대인 자치가 없어지고, 군역 등의 의무가 부과됐다. 국민국가 내에서 동등한 시민으로서 인정한다는 것은 독립적인 유대인 공동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유대인 해방령은 현실에서는 차별적인 효과를 낳았다. 유대인 상류층은 이 해방령을 전기로 제도적인 굴레를 완전히 제거하고, 세속화속에서 주류 사회로 동화해갔다. 하지만, 대다수 하층 유대인에게는 관습적인 차별은 그대로 존재하고 유대인에 대한 기존 보호막만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서방에서는 어쨌든 유대인에게 동등한 시민구을 부여하고, 그 공동체를 해체했다. -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