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심장부


1998년 그린스펀이 브룩슬리 본 앞에서 가르치듯 설명한 대로 파생상품 가격은 본래 ‘기초자산 시장‘의 가격에 대응해야 했다. 모기지 보험 파생상품은 실제 주택을 사고파는 현실의 부동산 사업에 관한 정보를 종합해야 했다. 그러나 2000년 상품선물 현대화법이 통과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관계가 역전되었다. 

퀀트 공식은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주택 소유자들의 부도 위험이 줄어든다고 계산했고, 이에 따라 신용파생상품의 가격도 낮아졌다. 그러자 은행은 이를 모기지를 더 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퀀트 공식은 주택시장 전체를 고려해 위험을 계산했으므로 은행과 신용평가기관들은 AAA등급으로 평가되는 모기지 묶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모기지가 들어 있는지 알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혹은 그렇게 믿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름길을 앞에 둔 은행들이 그 ‘정보‘에 의문을 품을 이유가 없었다. 은행이 버는 수익 대부분이 모기지를 발행하고 이를 유가증권으로 묶어 연기금과 다른 은행에 판매하는 데서 나왔다. 그리고 은행이 더 많은 돈을 빌려줄수록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퀀트 모형은 사람들이 모기지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낮아진다고 평가했다. 

퀀트들이 사용한 모형은 부정확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 위험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모기지가 더 안전해진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퀀트 모형이 보낸 신호는 주택 시장을 조정해 거품을 키우는 되먹임 고리를 만들었고, 부동산 건설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고, 마법이 현실 세계를 지배하고 재정리했다. 모두 정보 비대칭과 기만적인 가격을 만든 잘못된 공식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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