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대 이슬람


1996년 5월에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로 온 오사마 빈 라덴은 석 달 만에 도시가 탈레반에 의해 전격적으로 장악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9월 27일, 수도 카불에 탈레반이 입성했다 - <이슬람 전사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347741

나지불라의 최후는 2차 대전 이후 이슬람권에서 시도된 사회주의 현대화의 길이 어떻게 참극으로 막을 내렸는지를 보여줬다. 의사 출신인 나지불라는 사회주의 운동에 투신해 아프간 비밀경찰의 총수가 됐다. 소련이라는 외세에 기대어 오로지 체포와 고문 등 강압정치로 정권을 근근이 유지했다. 그 말로는 결국 전근대적 장형에 의한 생의 마감이었다. 나지불라처럼 이슬람권의 많은 세속적 고급 지식인들은 조국의 현대화를 위한 길로 사회주의를 택했다. 대부분은 정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극단적 게릴라 투쟁으로 일관하거나 대중과 유리된 권위주의 정권 운영에 일조하기만 했다. 아프간은 이슬람권에서 사회주의를 통한 현대화 시도의 마지막이자 본격적 실험지였다. 이는 전무후무한 참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들이 만들어낸 전쟁이라는 참극 속에서, 사회주의와 전혀 상반된 탈레반이라는 세력이 탄생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어느 체제나 사회보다도 인간의 이성을 믿고 이에 기댄 체제 운영을 하려 했던 사회주의는 인간의 이성에 의한 최악의 오류를 아프간에서 만들어냈을 뿐이다. 탈레반이 자신들의 종교경찰 청사 앞에 붙인 “이성은 개들에게 던져줘라”라는 구호는 참극을 빚어낸 인간의 이성을 조롱하는 대표적인 어구이다. - <이슬람 전사의 탄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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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는 17세기 이후 유럽에서 발원해 인류의 절대적 가치가 된 인간 이성과 그 힘에 대한 반동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신봉하는 이성이 빚어낸 사회와 그 현실은 결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이슬람권의 현실은 더욱 그랬다. 그 속에서 절망한 대중이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신의 섭리와 의지로 회귀하려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단적 이슬람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자신들이 믿는 조화로운 신의 섭리와 의지에 전적으로 종속되어 만들어낸 현실 역시 기가 막혔다. - <이슬람 전사의 탄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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