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시아에서 그 비중과 중심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근대 이전 중국 중심의 조공 무역 질서의 단순한 복제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근대 이전 중국 중심의 조공 무역 질서는 문화적으로 유가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유가사상 속에서 중심과 주변 간의 상호성의 실천은 중심이 주변에 행하는 자애와 주변이 중심에게 바치는 충성심으로 정당화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토대로 인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중국을 행정, 경제, 학문의 모델로 우러러보게 되었다. - P203
이와는 좀 달리 오늘날 아시아 권내에서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중심성은 문화적 토대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인 경제적 이익과 현실 정치에 기반하고 있다. 또 다른 면에서 근대 이전 중국 중심 체계에서는 중국이 유일한 지배적 권력이었던 반면에 오늘날 중국의 늘어나는 중심성은 지역내에서 지속적인 미국의 영향력에 의해 저지되고 있다. 문화적 토대의부족과 미국과의 경쟁은 중국이 지역 패권으로 부상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충성은 경제적 이익만이 그 동기이거나 문화적 동경이 부족하기에 기껏해야 실용적이거나 일시적이다. 또한 이 지역에서 오래된 미국의 존재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미국 사이에서 서로를 경쟁시키며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 P204
중국이 아시아에서 정치적인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데 맞닥뜨린 어려움들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지정학적 통제력에서 나타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얘기해 인접국들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늘어난 것은 경제적 중요성이 증대한 직접적인 결과이지만, 그 정치적영향력은 역설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재정 적자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지탱되고 있는 미국 지배의 지속으로 인해 저지되고 있다.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같은 많은 아시아 국가는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에위협을 느끼고 영토 분쟁을 겪고 있기에 미국이 지속적으로 지역에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단순히 아시아의 지정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관련해 다른 개발도상 세계에서도 표면화되고 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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