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치적 자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념은 아마도 현대 정치 담론에서 가장 솔직하지 못한 거짓말일 것입니다. 전후 역사를 통틀어 너무나 많은 독재 정권이 세계 무역에 참여하면서 번창했습니다. 피노체트의 칠레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시장자본주의는 결코 권위주의체제를 침식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체제가 유지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시장자본주의는 권위주의에 유리하지는 않을지라도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포용이 중국의 정치적 자유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관념은 1993~1994년에 클린턴 행정부가 중국 정책을 180도 전환시킨 것을 변명하기 위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 P187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우리가 이런 종류의 ‘건설적 관여‘ 주장을그 전에 본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남북전쟁 시기입니다. 영국의 많은 자유무역 옹호자와 큰 기업들은 저항하고 있던 남부를 지지했고 남부의 노예 노동을 통해 값싼 변화를 계속 얻고자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와 다수의 자유주의 사상가를 비롯해 당시 영국의 대표적 지식인들은 영국이 남부를 지원하고 에이브러햄 링컨과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이 그렇게 해야만 남부연합이 노예제도를 점진적이고 평화롭게 폐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많은 사람이 링컨을 반자유무역 독재 괴물로 묘사하기도 했지요. 돌이켜보면, 지금은 모두가 그 주장이 노예 노동에서 나오는 값싼 제품을 원하는 영국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대한 위선적 은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건설적 관여론의 19세기 버전이지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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