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나중에 진화한 것은 인간의 ‘은폐된 배란’이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 나타나는 ‘드러난 배란’이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드러난 배란’의 특징을 보인다고 해서,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조상 역시 ‘드러난 배란’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추정할 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유인원을 비롯한 대다수 영장류가 배란 시기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침팬지는 인간과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나간 뒤 배란을 드러내는 쪽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추론이 옳다면, 과학자들은 지금껏 잘못된 의문을 제기했던 셈이다. 즉, ‘인간 여성의 배란이 왜 은폐되었을까?’라고 묻는 대신, ‘몇몇 영장류의 암컷이 배란 신호를 드러내도록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물어야 한다. 인간에게 은폐된 배란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특정한 형질이 자연선택의 결과인가?’라는 의문은 진화론적 분석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다. - <센스 앤 넌센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1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