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였을까? 왜 보노보는 침팬지와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을까? 과학자들의 추측은 이렇다. 약 200만 년 전 서아프리카 콩고강의 지형이 바뀌면서, 보노보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 가운데 일부 집단이 강남쪽에 격리됐다. 양질의 식물이 널려 있었고, 경쟁자인 고릴라도 살지 않았다. 먹이가 풍부한 ‘에덴동산‘ 같은 곳이었다. 생존을 위한 폭력과 쟁투, 종간 경쟁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집단 내에서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기술과 행동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 P93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와 리처드 랭업 Richard Wrangham이때 보노보의 ‘자기가축화‘ self domestification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육해 평화와 안정을 획득한 동물. - P94
보노보도 가축의 일반적 특성을 가졌다. 보노보는 다른 가축처럼 어른이 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침팬지에 비해 두개골이 작고, 전체적으로 골격이 덜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 공감능력과 관련된 두뇌 회백질의 영역은 더 크다. 어른이 된 보노보의 행동도 유아기 침팬지의 것들이 많다. 성적인 놀이와 까불기, 장난치기 같은 것들이 사회적행동 양식을 지배했다. 두뇌의 호르몬과 혈중 화학물질이 전형적인 아동기 수준으로 유지돼, 침팬지와 비교했을 때 공격성을 억압하는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낮았다. - P94
보노보가 스스로를 길들였다는 가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이 가설은 인간도 ‘자기가축화한 종‘이라는 데까지 나아갔다. - P100
힘이 세지만 힘을 쉬이 쓰지 않아 존경받는 사람 이러한 권력을 중심으로 사회적 처신을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게 됐다. 이런 잣대는 배우자 선택에도 적용되어, 친화력과 사회성 높은 형질이 강화됐다. 환경 운동가 칼 사피나Carl Safina 는 "자연에서 벗어나 농장에 정착하면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또 하나의 농장동물이 됐다"고 썼다! 문명이란 좀 더 공손해지는 과정이 된다. 그렇게 역사는 흘렀다. 인간이 가축이냐고? 그 말이 부담스럽다면, 인간이 스스로를 길들였다고 해 두자. 인간이 다른 존재를 만날 때, 공격이나 배제보다는 관용과 협력을 택했고 그러한 사회적 기술이 진화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도 가축화 신드롬이 가리키는 몸이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보다 두개골과 골격이 작아지고 얼굴은 짧아졌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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