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 유인원이 인간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불의 사용‘이다. 진화인류학자 리처드 랭엄은 불의 사용이 인류의 진화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고 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 발로 걷고 큰 턱뼈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90만~180만 년 전 이들의 후손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턱과 치아가 상당히 작아져, 지금의 인간과 비슷해졌다.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리처드 랭엄은 사냥한 고기를 익혀 먹었기(화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생 열매를 먹으려면 큰 턱뼈와 강한 치아가 있어야 한다. 또한 화식은 공급하는 열량이 적으니 많은 시간 줄곧 먹어야 한다. 실제로 현생 침팬지는 아주 가끔 사냥하고 대부분 식물과 열매를 먹는다. 하루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씹는 데 쓴다. 반면 고기를 익히면 부드럽다. 변질이 잘 되지 않아 저장성이 높아진다. 먹는데 소비하는 시간을 다른데 쓸 수 있다. 인간문명의 발전이 화식으로 확보 한 잉여 시간에서 왔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