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패주의 출현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중요한 조건은 우리가 짧은 몇 년간의 『좌전』 기록을 읽은 것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내란과 분쟁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심각해진 데다, 변란의 성격에 있어서도 ‘나라 안’과 ‘나라 밖’ 그리고 ‘나라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 한 나라의 형제나 부자 사이의 분쟁 혹은 대부의 전횡이 봉건 친족 관계를 통해 다른 나라에 번지고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제1차세계대전 발발 전의 유럽 형세와 비슷했습니다. 당시 합스부르크가, 호엔촐레른가, 로마노프왕조 등의 몇 개 가문이 서로 혼인을 맺고 견제하면서 비밀 외교 협정을 체결했지요. 그 결과 어떤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복잡한 연맹 협정을 통해 확산되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서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 뜻밖에 요원의 불길처럼 전 유럽을 휩쓸고 심지어 유럽 이외의 지역까지 태워 버린 제1차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겁니다. - <좌전을 읽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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