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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35년 첫 페이지의 ‘작가의 말‘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글이다. 조금 길지만 일독을 권한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북상해 오자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평양을 거쳐 의주에 다다른 선조는 압록강을 건너 요동으로 망명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과 의병들의 분전 그리고 명나라에 원군 파병으로 전세가 뒤 바뀌더니 결국 일본군이 물러났다.
제 한 몸 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선조는 왕으로서의 권위와 체면을 되살리기 위해 꼼수를 냈다. 일본군을 패퇴시킨 것은 오로지 명나라 군대의 힘이요 조선의 군대가 한 일은 거의 없다고 임진왜란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군에 맞서 싸운 장수들 보다 명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요청한 신하들의 공이 더 높게 되었다. 선조를 호종해 의주까지 피난했던 신하들이다. 자신을 호종한 신하들의 공이 높아지니 그 중심인 선조 역시 더 이상 부끄러워 하지 않게 됐다.
어려서 비슷한 이야기를들은 적이 있다. 8.15 해방은 오로지 미군의 덕이요 원자폭탄 덕이지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선조처럼 공식화 하지는 않았지만 선조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널리 퍼트린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