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후 레비스트로스는 야콥슨 그리고 그의 언어학과 밀접하게 교류했다. 인류학과 구조인류학, 언어학과 구조언어학은 거의 비슷한 과정을 통해 변천했다. 언어학 역시 인류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고, 언어의 표본을 열정적으로 수집하던 단계를 거쳐 결국 각각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이 공허하다는 점을 깨닫고 구조에 대한 탐구로 전환했던 것이다.

구조언어학이 번성하기 이전에 언어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과는 음성학이었다. 음성학에서는 인류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성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새로운 언어의 발견과 수집에 따라 음성학의 자료 창고가 점차 확충되었고, 서로 다른 음성 요소가 그곳을 채웠다. 그러나 구조언어학이 성립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있었다. “부단히 확대되는 음성학은 우리에게 인류 언어에 대한 어떤 지식을 줄 수 있는가? 그토록 광대한 자료 창고는 인류 언어가 대단히 많은 음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외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만약 언어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바가 단지 인류의 언어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점뿐이라면, 우리는 그토록 멀리까지 가서 그처럼 많은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한 구조언어학은 음성학과 상반된 길을 걸었다. 음성학은 확장적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 요소와 음성 규칙을 끊임없이 찾아내며 인류 언어 경험의 광범위함을 강조했다. 반대로 구조언어학은 수습적이었고, 인류 언어의 형성 방식이 무한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인간은 음성을 활용해 의미를 형성하고 표현하는데, 그 음성의 결속 방식은 유한하며 우리는 그것을 귀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