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 농업생산력이 높은 나라였다. 특히 밭작물 생산력은 세계적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런 힘으로 1000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농업생산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품과 화폐경제는 위축되어 있었다. 어떤 학자는 이를 두고 국가재분배 경제라고도 한다. 이게 조선사의 흥미로운 점이다. 왜 조선은 이웃인 청이나 일본과는 달리 상업이 발전하지 않았는가, 혹은 그토록 성공적으로 상업 발전을 통제할 수 있었는가. 그러면서도 어떻게 나름대로 고도의 사회수준과 문명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도 근대의 ‘맹아’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싶으면 청과 도쿠가와 일본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조선은 근대인인 우리들에게는 훨씬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다. 그런 만큼 근대를 상대화하고 근대를 넘어서려는 상상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연구대상이다. 예를 들어 조선의 위정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빈부격차였다. 한 사회에 엄청난 부가 쌓이고 상품, 화폐경제가 발달하게 되면 그 혜택을 골고루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빈부격차가 발생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하향평준화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억제하려고 했다. -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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