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과 유기적 연대
- 병적인 분업
- 강요된 분업

연대를 사회과학의 주제이자사회통합의 핵심 원리로 끌어올린 이가 에밀 뒤르켐이다.
그가 《노동분업론》을 통해 분업에서 연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애덤 스미스는 ‘분업‘을 발견한 경제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데, 그가 쓴 《국부론》 첫머리에서 핀 생산 공정 중 분업의 효율성과 효과를 분석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밀 뒤르켐은 분업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앞서 규정되는 바람에 생산성과 효율이라는 측면만 부각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근대사회의 분업을 전근대의 기계적 연대를 근대의 유기적 연대로 바꿔놓는 핵심 고리로 보기 때문이다. 분업의 효율만 보다가 연대의 가치를 놓쳤다는 것이다. - P60
에밀 뒤르켐은 사회통합을 위해 강력한 국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공동체주의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사회의 결속력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도덕을 형성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이를 ‘기계적 연대‘와 ‘유기적 연대‘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근대 이전 공동체가 강력한 사회결속력을 제공했지만, 그것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가 개인을 압도하는 ‘기계적인 연대‘였다. 반면 분업과 사회분화가 가속됨에 따라 성장한 자유로운 개인들이 상호의존성을 확인하고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것을 ‘유기적 연대‘라고 했다. 분업이 사회의 분화를 초래하지만 사회의 통합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분화된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유기적 연대‘의 도덕을 요구한다고 본 것이다. - P61
그는 ‘유기적 연대‘를 사회구조의 보편적 조건에 대한 성찰을 매개로 사회에 참여하는 행위자 사이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도덕성의 특정 유형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행위자 사이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에밀 뒤르켐은 사회구조의 분화(분업과 경제적 기능의 분화)의 진전에 발맞추어 그에 어울리는 도덕적 규범체계가 자리 잡지못할 경우 ‘병적인 분업‘의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개인과 집단을 규제하는 새로운 도덕과 문화가 생겨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병적인 분업을 ‘아노미적 분업‘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병적인 분업으로 산업사회에 어울리는 새로운 규범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계급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타 계급에 임의로 강요해서 만든 특수한 지배관계를 ‘강요된 분업‘으로 규정했다. 무규범적 상황이 아노미적 분업이라면, 강압적 권력에 의한 일방적인 분업이 ‘강요된 분업‘인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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