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들여온 로봇의 종류가 특별하다. 다른 나라는 주로 복잡한작업을 하는 ‘다관절 로봇‘을 도입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다른 제조업 국가들의 산업용 로봇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3차원 운동이 가능한 다관절 로봇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산업용 로봇 가운데 3분의2가량이 직교 등만 가능한 단순 로봇이다.38 로봇으로 저숙련 노동을 대체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왜 한국 제조업이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나게 높은 경쟁력을 갖게되었는지에 대한 힌트를 여기서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이른바 ‘샌드위치 국가‘로 불린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어 제 몫을 찾기 힘든 나라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그런 핸디캡을 프리미엄으로 바꿨다.
선진국들은 인건비를 맞출 수 없어 해외로 완전히 내보냈던 저부가가치 단순 공정 상당수를 우리는 국내에 남겼고, 이들 작업 중상당 부분을 단순 로봇이 맡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로봇 밀도의 가파른 증가세, 특히 단순 로봇 중심의 증가세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