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열흘째 되는 날에 갤럽은 이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결정적인 검사를 실시했다. 갤럽은 침팬지들이 잠든 사이에 냄새가 없는 빨간색 물감으로 그들의 이마에 점을 찍어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잠에서 깨어난 침팬지들에게 다시 거울을 보여주자 침팬지들은 거울에 비친 빨간점을 발견한 뒤 그것을 살피기 위해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더듬었다.
이것은 침팬지들이 자기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 하겠다.
나아가 갤럽은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자기인식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들과 비슷하게, 고립된 상태에서 자란 침팬지들의 경우 거울을 통한 자기인식의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 P274
사람들이 친구, 유명 인사, 낯선사람 등의 사진을 볼 때와 달리 자기 자신의 사진을 보고 인식할 때 뇌의 측면에 위치한 우측 전전두피질과 두정피질의 몇몇 부위들이 더 활발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그림 8.1 참조). 또 자신의 얼굴을 볼 때 반응을 보이는 두정엽 부위는 자신의 신체 움직임을 주시할 때도 반응을보인다. - P275
(개념적 자기인식) 연구에서도 전전두피질과 두정피질에서 활발한 반응이 관찰되었다. 그런데 거울을 통한 자기인식의 경우와 달리 이런 반응은 두개골에 인접한 뇌의 외측면이 아니라 두 반구가 만나는 뇌의 중앙선에 위치한 내측 전전두피질medial prefrontalcortex, MPFC과 쐐기전소엽에서 나타났다(그림 8.2 참조). 이것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과 자신에 대해 개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다른 신경회로에 기초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나를 보는 것과 나를 아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 P277
자신의 신체를 표상하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표상하는 것의 신경적 분리는 왜 우리가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지를 설명해준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심신이원론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잘못된 설명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철저한 이원론자처럼 행동한다.
우리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우리의 신경회로가 서로 분리된 몸과 마음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도록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에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기 위한 체계와 우리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기 위한 체계가 따로따로 존재한다.
몸과 마음은 현실 속에서 따로따로 존재하는 영역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둘을 인식하는 방식은 뇌 안에서 따로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신경회로상의 이 커다란 간격을 메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색채와 숫자가 뇌에서 서로분리된 체계들에 의해 처리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경험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쪼개져 있는 셈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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