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한 태도가 과거 지배계층과의 공통점이라면, 서구의 새로운 지배계층은 전통적인 미덕을 상당 부분 포기했다. 특히 언제라도 민간부문으로 달려가 일자리를 구하는 그들에게서 스스로 삼가는 미덕은 찾아보기 어렵다. 빅토리아 시대 언론인 월터 배젓은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으로부터 권위를 얻어야 하며, 그런 다음 비로소 그 권위를 이용하여 정부의 일을 완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 그 고리, 곧 권위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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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의 요구는 모순되기도 한다. 그들은 공무원들이 얼마 안 되는 보수를 받으며 수도에 거주하기를 바라지만 그 공무원들이 필요비용을 추가 청구하면 공격하기에 바쁘고, 공무원들의 격식 갖춘 정장 차림을 비판하면서도 운동화에 카디건 차림을 하면 또 공격한다. 그들은 세금 감면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다르다. 더 유능하고 더 좋은 사람이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스스로는 하려고 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공무원은 아낌없이 베풀고 대신 회초리를 맞아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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