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세균cyanobacteria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바다에 사는 이 작은 초록 점 같은 생물은 인간의 눈에 너무나 하찮게 보여 수세기 동안 우리에게는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조차 없었다. 1980년대 어느 날,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상당량을 이 남조세균들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우연히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이 작은 초록 점들인 프로클로로코쿠스 마리누스Prochlorococcus marinus에게 경외심을 느끼고,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예언했던 그런 상황이다. 그가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의 순위를 정하지 말라고 그토록 뚜렷이 경고한 이유는 “어느 무리가 승리하게 될지 인간은 결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57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58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생학자들은 이런 단순한 상대성의 원칙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유전자 풀에서 “필수 불가결한”59 다양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그들은 사실상 지배자 인종을 구축할 최선의 기회를 망쳐버리고 있었던 셈이다. -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정지인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