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고요해서, 물길의 작은 속살까지 배의 이물에 느껴졌다. 친숙한 항해 지표들을 차례로 확인해가며 함대는 동진했다. 여수 돌산도 남단에서 항로를 수정했다.
거기서부터 광양만의 깊은 안쪽을 바로 찔러 들어갈 작정이었다. 돌산도 남단에서 함대는 북진했다. 대낮의 햇빛이 내리쬐어, 바다는 물비늘에 덮여 있었다. 다시 쓰레기로 뒤덮일 바다 위에서 대낮의 물비늘은 바다를 뒤덮고 명멸했다. 저녁 밀물에 맞추어 적의 기지를 겨누는 함대는 빠르게 북진했다. 돌산도 남단에서 전 함대의 격군을 교대시켰다. 삼렬종대의 후미가 내 몸에서 너무 멀게 느껴졌다. 돌산도 남단에서 대열을 오열종대로 바꾸어 후미를 당겼다. 나는 대열의 선두에서 나아갔다. - < 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