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 세계에서 종교 엘리트들은 점차 높은 인기를 얻었고 인간 양떼에게도 여전히 헌신을 다했지만,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작업도구들도 철저히 관리했다. 그렇게 하여 신성한 언어를 비롯한 읽기와쓰기 능력이 이들 ‘책 가진 사람들‘(book people)에 의해 보존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전문 능력을 서민들에게 전파할 의향까지는 없었고, 또 그럴 수단도 없었다. 앤더슨이 이를 잘 설명한다.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지식인 계층은 세속언어와 라틴어 사이를 중재함으로써 땅과하늘 사이를 중재했다." 종교 엘리트들은 신성한 언어와 때로는 행정언어까지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소농들의 토박이말도 잘 알고 있었다. 이중 혹은 삼중 언어를 구사하는 지식인들의 이러한 중재 기능은 그들에게 쉽게 앗아가기 어려운 권력을 안겨 주었다.
-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