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가능한 재화와 서비스가 늘어나면 처음에는 즐거움이 커지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물적 재화에서 얻는 추가적 효용은 점차 약화된다. 또한 만족은 변화의크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소비가 계속되면 만족감이 사라지게 된다. 이같이 변함없거나 반복된 자극이 주는 쾌락적 효과가 줄어드는 과정이나 장치를 ‘적응‘이라고 부른다.
- P76

재화나 활동의 속성이 내재적인가 외재적인가에 따라 적응 효과가 달라진다는 주장은 최근의 경험적 연구에 의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내재적 요구의 충족을 방해하는 달갑지 않은 경험을 할 때는 사람들이 효용 평가에 손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 만성질환이나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질병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는 자율감을 떨어뜨린다.
- P214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응답하는 주관적 안녕감은계속해서 악화된다(Easterlin 2003],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몰입을 가능케 하고 내재적 요구를 충족시킬 기회가 많음을 의미한다.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고 전문성과 자율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전적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실업 상태가 주관적 안녕감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대단히 크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둔화되지도 않는다.
- P215

이와 대조적으로, 외재적 측면이 지배하는 재화나 활동의 경우에는빠르게 적응한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득에 관한 것이다(van Praag 1993; Easterlin 2001; Stutzer 2004], 사람들은 소득이 늘어나면 처음에는 효용수준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효과도 약1년쯤 지나면 많은 부분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높은 소득으로 인해 늘어난 효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60% 정도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추정되었다(van Herwaarden et al, 1977).

내재적 성격이 더 큰 재화나 활동의 경우에는 적응이 잘 이뤄지지 않는 반면, 외재적 성격이 더 큰 재화나 활동은 적응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증거는 많다. 이는 적응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의 경우, 내재적 속성으로부터 미래에 얻을 효용을 예측할 때에 비해 외재적 속성으로부터 미래에 얻을 효용을 예측할 때 더 큰 실수를 할 가능성이높음을 의미한다.
- P215

외재적 측면은 합리화하기 쉽다.
사람들은 그들의 결정을 자신과 타인들에게 정당화하려는 강력한충동을 가지고 있다.  - P216

내재적 속성 및 외재적 속성과 관련해서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사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내재적 특성보다는 외재적 특성에 대해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은 소득을 약속하지만 여가 시간은 적은 일자리 제안을 생각해 보자. 이러한 제안을 수락하고 자신에게나 남들에게나 그것을 정당화하기란 아주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돈과 직결되는 외재적 차원이 대단히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좀 더 많은 여가 시간으로 표현되는 내재적 특성이 더 많은 보수를 주겠다는 일자리를 거부할 정도로 소중한 이유를 납득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강한 내재적 속성으로 특징 지어지는재화나 활동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재적 요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시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217

한편, 사람들의 행태에 관한 연구를 통해 효용의 두 가지 개념, 곧 경험된 효용과 의사결정 효용의 차이가 확인되었다. 어떤 결과와 관련해 경험된 효용은 해당 결과가 제공한 쾌락의 경험들(hedonic experience)을 모두 포괄한다. 반면, 의사결정 효용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들이 그 결과에 부여하는 가중치만을 담아 낸다(Kahneman 1994], 경험된 효용과 의사결정 효용이 체계적으로 다른 것이라면, 시장에서의 사적 재화를 둘러싼 의사결정은 공공재 소비를 통한 사람들의 쾌락 경험들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하게 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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