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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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는 확정되어 있는 물리적 실제 혹은 구현태와 동일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픽션에 가깝다. 따라서 그것은 허구적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실재와의 관련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짓말‘과도 다르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 픽션의 성격으로 인해 세계의 다른 범주들이 비결정적 interterminate 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픽션으로 인해 다른 범주들이 결정성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현실 세계에서 중요한 일들이 가능하거나 가능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픽션은 매우 현실적인 힘을 가진 것이다. 

다만 그 현실적인 힘은 사람들이 그 픽션을 기꺼이 수용할 때 생성되는 것인데, 생성된 이후에는 그 나름의 독립적 지위를 갖게 된다. 그러나 어떤 이유와 경과에 의해 그 사람들이 더 이상 그 픽션을 수용하지 않게 되면 그 힘은 사라진다. 

따라서 우리는 중화와 같은 픽션을 마주했을 때, 그것이 그 자제로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를 재단하기 전에, 그것이 지속했던 동안은 해당 정치 공동체에서 현실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점을, 그리고 그만큼 해당 공동체의 (특)성원들의 (특정한) 필요에 부응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 P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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